비움의 미학

by 구암관리자 posted Sep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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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심탄회(虛心坦懷), 정치인들이나 교양 있고 학식 있는 분들이 자주 쓰는 사자성어 가운데 하나이다. ‘빈 듯이 소탈한 마음이 허심(虛心)이라 하고, 평탄 하고도 너그러운 마음을 탄회(坦懷)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허심탄회가 얼마나 허(虛)한 것인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안다, 이처럼 ’마음을 비운다‘는 말이 쉬운 듯 하지만, 정말 이 말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참으로 힘든 일이며 아무나 그런 경지에 오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대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터넷에 대나무를 검색해 보면 볏과의 풀(초본식물)의 일종인 식물. 나무(목본식물)와 달리 제대로 된 목질 없이 키를 키우며, 자라면서 굵어지지도 않고, 꽃을 피우고 나면 죽는다. 라고 나옵니다. 흔히들 나무라고 하지만 이 녀석의 정체는 풀입니다. 한자로도 '나무 목(木)'자 부수의 글자가 아닌 '대 죽(竹)'자를 쓰는 것을 보면 분명 그런 것 같습니다.

대나무와 죽순의 차이, 속이 꽉 차 있는 죽순에 비해 대나무는 속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죽순은 땅의 기운을 받고 살고 대나무는 하늘의 기운을 받고 산다고 하던가요? 맹종죽이라는 대나무의 죽순은 흔히 식용으로 쓰이는데 그 크기가 두 손 으로 감싸야 할 정도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무거워진 죽순은 속을 비워내기 시작하면서 대나무가 되어 갑니다. 자아로 가득 찬 그 속을 비워 내면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거지요. 속을 비워 내지 않으면 하늘에 이를 수 없음을 알고, 해가 갈수록 대나무는 강도를 더해 속은 비우되 겉은 더욱 단단해지는 외실내강의 의미를 공고히 다지는 거지요.

필리피서 2, 6 -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우리가 비우고 덜어 내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의 영께서 내 안에 오시고 나를 이끄시는 주체이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우리 안에서 활동하시는 힘으로, 우리가 청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것보다 훨씬 더 풍성히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에페 3,20

새삼 속을 비워낸 대나무에게서 허심과 겸손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