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4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의 밤거리에서

커다란 구두통을 멘 아이를 만났다

야곱은 집도 나라도 말글도 빼앗긴 채

하카리에서 강제 이주당한 쿠르드 소년이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진눈깨비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선 채로 젖은 구두를 닦은 뒤

뭐가 젤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야곱은 전구알 같이 커진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빅맥, 빅맥 이요!

눈부신 맥도날드 유리창을 가리킨다.

 

학교도 못 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유리창 밖에서 얼마나 빅맥이 먹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맥도날드 자동문 안으로 들어섰다.

야곱은 커다란 햄버거를 굶주린 사자새끼처럼

덥썩 물어 삼키다 말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물었다.

세입쯤 먹었을까 야곱은 남은 햄버거를 슬쩍 감추더니, 다 먹었다며 그만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창 밖에는 흰 눈을 머리에 쓴 대여섯 살 소녀와 아이들이 유리에 바짝 붙어 뚫어져라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곱은 앞으로 만날 때마다

아홉 번 공짜로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까만 새끼손가락을 걸며 환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길 건너 골목길로 뛰어 들어갔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몰래 남긴 햄버거를 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풍요와 여행자들의 낭만이 흐르는

눈 내리는 까페 거리의 어둑한 뒷골목에서

나라 뺏긴, 쿠르드의 눈물과 가난과 의지와

희망을 영성체처럼 한입, 한입 떼어

지성스레 넣어주는 쿠르드의

어린 사제 야곱의 모습을....

- 홍보분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어느교회 - 퍼온글... 정윤규(파스칼) 2012.01.26 277
212 라면교..! (우스운글) 정윤규(파스칼) 2012.01.26 302
211 내게 하느님은 3등입니다...! 정윤규(파스칼) 2012.01.26 365
210 두손이 없는 동상 정윤규(파스칼) 2012.01.26 412
209 아빠 소금 넣어 드릴께요..! 정윤규(파스칼) 2012.01.26 299
208 양심 성찰 - 가져 온 글 정윤규(파스칼) 2012.03.04 260
207 십자가의 주님. 정윤규(파스칼) 2012.03.04 300
206 기도의 열매 - 마더 데레사 정윤규(파스칼) 2012.03.04 313
205 오늘만큼은 행복하라 정윤규(파스칼) 2012.03.04 254
204 나는 어떻게 기도를 하는가? 정윤규(파스칼) 2012.03.04 267
203 증거하는 믿음 정윤규(파스칼) 2012.03.05 266
202 교회란 존재의 의미 정윤규(파스칼) 2012.03.05 313
201 하느님 것은 하느님께로 정윤규(파스칼) 2012.03.05 309
200 사람의 따뜻한 손길 정윤규(파스칼) 2012.03.05 299
199 고해성사는 커다란 사랑의 행동 정윤규(파스칼) 2012.03.05 423
198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지만 정윤규(파스칼) 2012.03.05 347
197 사정상급매 1 김주현(베드로) 2012.03.11 409
196 노인과 여인 정윤규(파스칼) 2012.05.28 363
195 간디와 사탕 정윤규(파스칼) 2012.05.28 450
194 고개를 숙이면 부딫히는 법이 없다 정윤규(파스칼) 2012.05.28 368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