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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6 09:30

우리 마음속의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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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4주일입니다. 해마다 사순시기가 되면 사순기간 동안 가슴 어딘가에 돌을 얹어 놓은 듯 한 느낌이 든다.

재의 수요일,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여라.’ 하며 이마에 재를 바르면서 사순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고 나름 지내는 동안 회개의 삶을 살리라 다짐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전에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시작으로 성주간을 맞고 어물어물 하다가 부활 대축일 미사까지 지나버린다.

비록 어물어물 하다가 넘어가는 시기이지만 성령께서는 나를 광야로 내보내신다. 내가 발바닥을 붙이고 서있는 대한민국 어디에 광야, 곧 ‘빈 들’이 있을까 마는, 사람마다 마음속에는 영혼의 광야가 있게 마련이고. 광야는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다,

세상 소음과, 내 욕심이 와글거리지 않는 적막한 땅, 광야에 이르면 우리는 하느님을 제대로 바라보고 느낄 여유가 생긴다. 영세 받고 나름 신앙생활 열심 하던 시절, 사순 시기면 피정의 집으로, 본당 사순특강으로, 성경 쓰기 등 참 다양한 방법으로 이 시기를 나름 거룩하게 보내려고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광야는 두려운 곳이다. "저 끝없고 두렵던 광야, 불 뱀과 전갈이 우글거리고 물이 없어 타는 땅"(신명기 8, l5)이요, "타조들이 깃들이고 들귀들이 춤추는 곳"(이사야 I3, 20)이다. 확확 타오르는 열기와 아지랑이에 가려 먼데서 오는 그림자가 천사인지 악마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기도, 단식, 자선하고 평일 미사 전, 십자가의 길 몇 번 돌고, 금육한 수고로 성미함에 얼마의 금전이라도 넣은 날이면 성당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도 발가락 하나 다치지 않을 것 같이 우쭐해지고, 내 눈에 온갖 허깨비들이 비치기 시작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하느님의 특별한 소명의 하달인 듯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뭔들 다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광야에서 길을 잃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욥기 6, l8-I9). 사막의 교부들은 이르셨나 보다.

그러나 한편으로 광야는 하느님의 축복이 내리는 터전이기도 하다. 아라비아 사막에 석유가 솟아났듯이, 미국의 네바다 사막과 이집트의 사막이 개간사업으로 옥토로 변했듯이, 마음의 사막에 은총의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생명의 냇물이 흐르며, 그곳에 크고 정결한 길이 훤하게 트여, 하느님이 나를 찾아오시는 '거룩한 길'이 되는 것이다(이사야 35장).

구암동 교우 여러분, 사순시기 우리 마음속의 광야로 나가 봅시다, 거룩하고 고요히 마음을 가다듬어 하느님을 만나 뵙고, 죄 많고 메마른 영혼에 은총의 물길을 끌어들여 옥토로 꽃피워 봅시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렇게 외쳐 봅시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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