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젠가 읽었던 법정 스님 글인데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선종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글이고 또한 추기경님 삶의 어떤 모습을 우리가 닮아야 하는가를 잘 표현한 글이라 일부 발췌해 왔습니다.

십여 년 전 성북동 길상사가 개원하던 날, 그분은 흔쾌히 나의 초청을 받아들여 힘든 걸음을 하시고, 또 법당 안에서 축사까지 해주셨다.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인간애와 감사함이 늘 내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다. 또 어느 해인가는 부처님 오신 날 소식도 없이 갑자기 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나와 나란히 앉아 연등 아래서 함께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었다.

신앙인이든, 일반인이든 추구하는 것은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국가 전체, 인류 공동체로 확대된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자신 안에서나 공동체 안에서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데 일생을 바치신 분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분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를 삶 속에 그대로 옮기신 분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下心)',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실천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을 말하는 이가 있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하느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그 존재로써 지금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영혼으로 감지하게 하는 이가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

더 단순해지고, 더 온전해지라. 사랑은 단순한 것이다. 단순함과 순수함을 잃어버릴 때 사랑은 불가능하다. 지금 김수환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분의 평안을 빌기 전에, 그분이 이 무상한 육신을 벗은 후에도 우리의 영적 평안을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귓속말로 말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여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 비움의 미학 구암관리자 2016.09.04 494
120 부활 달걀 이야기 구암관리자 2016.04.04 344
119 부처님 오신 날 file 하비안네 2009.04.26 2050
118 부산 서대신 성당 주임 신부님 이신 신 요안(요한) 신부님 사순특강전 영상 입니다. 구암관리자 2016.03.13 637
117 봄이오면 나는/ 이해인 배미숙(율리안나) 2009.03.17 1414
116 본당 30주년사 편찬에 관하여 file 수구리 2016.03.30 203
115 복음을 선포하여라 홈페이지관리자 2023.10.28 7
114 복음은 모든 이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file 아타나시오 2015.12.10 262
» 법정 스님과 김수환 추기경 구암관리자 2018.08.26 96
112 방하착(放下着), 착득거(着得去) 구암관리자 2018.09.30 792
111 박 이야기 구암관리자 2016.03.14 161
110 바로 당신입니다 file 아타나시오 2015.12.02 110
109 믿음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 7가지 정윤규(파스칼) 2013.05.29 380
108 믿음, 기도 구암관리자 2016.06.19 140
107 믿음 구암관리자 2016.11.15 38
106 미사 참례 못하더라도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방법 파스칼 2020.03.07 235
105 미사 예절 정윤규(파스칼) 2011.06.01 619
104 물위를 걷는 예수님 구암관리자 2017.08.13 401
103 문제점 구암관리자 2016.05.27 39
102 무화과와 포도나무 구암관리자 2016.07.17 24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