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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탄생, 천사가 목자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다(루카 2.1-14)

- 2015년 12월 25일(예수성탄대축일) 복음

1225 예수님의 탄생.jpg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고장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다가오고 주님의 영광이 그 목자들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들은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천사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 구유 : 아기 예수님을 모신 자리

- 의정부교구 교하본당 상지종 신부

1225 구유  아기 예수님을 모신 자리.jpg

구유는 가축들의 밥그릇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모셨다 해도, 구유는 포근한 요람이 아니라 구유일 뿐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구유에 누우신 까닭은 구유를 요람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 사람 사는 세상의 가장 낮고 천한 자리를 찾아오신 아기 예수님을 모실 곳은 구유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곤에 지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추위와 맞서며 캄캄한 밤을 지새우는 가난한 목자들에게 주님의 천사들이 주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주님께서 안락하고 따스한 요람이 아니라 거칠고 마른 지푸라기 더미로 채워진 투박한 구유에 누워 계실 것이라는 슬픈 소식과 함께. 하지만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에게 이 역시 기쁜 소식입니다. 간절히 고대하던 메시아, 뭇시선을 끌지 못하는 가난한 메시아에게서 바로 자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기 예수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하루에도 수십억 원씩 거래되는 주식 시장의 거래 현황판도, 돈과 권력, 학벌과 지위가 아귀다툼하는 죽음 같은 경쟁의 자리도, 신문을 뒤덮는 세일 광고도, 연말연시 분위기를 휘어잡는 백화점 진열장의 값비싼 물건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왜 오셨는지, 어떠한 모습으로 오셨는지 아는지 모르지만 울긋불긋 시내 곳곳을 수놓은 요란한 크리스마스 장식등도, 공허한 캐럴소리도 아닙니다.

가난하고 약한 이웃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나눔과 베풂의 정신을 상실한 채, 자신만의 안락과 구원을 추구하는 교회공동체도 아닐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숨조차 편히 쉬기 어려운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에, 자기 탓 없이 일자리 빼앗긴 이들의 축 쳐진 어깨에, 보금자리를 빼앗긴 이들의 피맺힌 가슴에, 인간의 탐욕으로 짓뭉개진 이 산하에, 생명 평화 정의를 보듬으려는 우리의 작은 몸짓에 아기 예수님은 태어나십니다.

 

아기 예수님을 모시기 위해서, 우리는 사치스런 요람이 아니라 소박한 구유를 준비해야 합니다. 2000년 전 아기 예수님을 소중히 받아 모셨던 거친 구유는 오늘도 여전히 구유여야하기 때문입니다.

 

▣ 첨언

 

황제의 명령에 따른 호구조사는 지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세금을 바쳐야 할 사람 숫자를 알아내려는 짓이었다. 이와 같은 지배의 상황에서 메시아인 예수께서 태어나신다. 예수께서는 태어나는 첫 순간부터 가난한 사람들과 하나가 되신다.

요셉 일행은 가난하고 외로웠다. 여관에 들 형편이 못 되어서였는지 요셉과 마리아는 외양간이나 동물이 거처하는 동굴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마리아가 아기를 낳은 다음 손수 조치를 취한 사실은 출산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예수께서는 중심지 수도 예루살렘에서 태어나지 않고 베들레헴이라는 변두리 작은 읍내에서 태어나신다. 교회도 인정 없는 부자들 동네보다도 서러운 가난한 사람들 동네에 먼저 세워야 한다.

‘첫아들’이라는 표현은 마리아에게 다른 아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말이 아니라, 첫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는 율법과 관련한 말이다.

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나시는 모습은 당신 권능이나 영광을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다. 예수께서는 늘 당신 권능과 영광을 하느님께 돌려 드릴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과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을 섬기는데 사용하실 것이다.

예수께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놓으신다. 유다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비추어 주신다. 바닥으로부터, 바닥사람들과 더불어 새로운 사회와 세계를 건설하기 시작하신다. 루카가 전하는 복음은 예루살렘으로부터 로마로 향한다.

 

※ 출처 ⇒ ‘길 위의 신앙 : 하느님의 길- 사람의 길’ 제311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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