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몇 년을 미루다 이제야 행하게 되었습니다.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이라 선뜻 기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같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2-3년 전, 파티마 성경공부를 다니며 일반 유언장을 써 놓았지만 장기기증 유언장은 한동안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평창에 계시는 신부님의 강의를 듣고 장기기증이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곳에 피정 가셨던 시각 장애우분들이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를 신부님께서 보시고 뭐가 그리 기쁘냐고 물었더니 저희는 눈에 뵈는 것이 없어서 행복 하다고 또 다른 분이 이곳처럼 경치 좋은 곳은 처음 본다고 했답니다. 신부님께서 경치가 좋은지 어떻게 아느냐 했더니 강물소리, 새소리, 느티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아카시아 향기, 상쾌한 공기가 그렇게 느껴진다고 하셨답니다. 제 눈은 난시와 안구건조증이 있어 뻑뻑하고 통증은 있지만 보는 것에는 지장이 없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심정을 알기위해 눈이 아플 때 가끔 두 눈을 감고 방안을 걸어 다니다보면 금방보고 눈을 감았는데도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고 한치 앞도 갈 수 없는 심정... 정말 적막강산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느님께 받은 것이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늘 부족한 부분만 생각하고 있는 저를 보시는 하느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제가 받았던 많은 것을 나누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정을 가신 분들처럼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습니다. 이제껏 장기기증 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은 먹었지만 서약서는 쓰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성체 조배 중에 ‘주님, 저는 주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큼 사랑 실천을 많이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드릴 것이 별로 없네요.’ 하였더니 제 머리를 스쳐지나가듯 ‘너 그것 있지 않느냐. 내가 준 네 몸’ 하는 소리가 제 귓전에 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 “아 이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 안구는 몇 년 전부터 기증할 의사는 있었지만 몸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두려워 장기기증은 미루고 있었는데 성체조배 중 듣게 된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기증 할 수 있는 힘을 얻었고 또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낀 후에 멀리하려 했던 장기기증 서약을 2016년 8월에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주는 기쁨과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다음 하느님 앞에 나아갈 때 ‘엠마누엘라, 너 무슨 사랑 실천하고 왔느냐’ 하고 물으시면 ‘네, 주님 저는 아주 작은 사랑밖에 실천하지 못하고 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제 가족이 장기기증 서약서에 적힌 대로 동의하여 제가 주님께 대한 저의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황정남 엠마누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