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아는 일본 사람으로서 중국에 건너가 좌선을 공부한 첫 사람이었다. 그는 전혀 돌아다니는 일이 없이 좌선에만 꾸준히 정진했다. 간혹 사람들이 그를 찾아내어 설법을 청할라치면, 그 때마다 그는 두어 마디 말을 남기고는 사람들 눈에 덜 뜨일 또 다른 숲속으로 옮아가곤 하는 것이었다.
가쿠아 선사가 일본에 돌아오자, 천황이 소문을 듣고 선사를 초빙하여 자신과 온 황실을 위해 선도에 관한 설법을 해 달라고 청했다.
선사는 어전에 말없이 서 있었고, 이윽고 옷가슴에서 피리를 꺼내더니 짤막하게 한 가락 불었고, 그러고는 깊이 허리를 굽혀 조아린 다음, 자취를 감추었다.
앤소니 드 멜로 저 <종교박람회 속뜻 그윽한 이야기 모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