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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3 09:07

- 눈을 들여다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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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산골 촌장에게 점령군 사령관이 말했다.

“당신네 마을에 반동분자가 한 놈 숨어 있는 게 틀림없소. 그자를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안 그러면 당신과 당신네 촌민이 우리 군대한테 갖은 곤옥을 치를 줄 아시오.”

아닌 게 아니라 마을에 한 사나이가 숨어들어와 있었는데, 선량하고 결백해 보일뿐더러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었다. 대의원 회의에서 토론이 벌어졌건만, 아무 결론도 나오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촌장은 본당 신부를 찾아가 이 문제를 의논했다. 신부와 촌장은 밤을 꼬박 새우며 성경을 뒤적였고, 마침내 해답에 이르렀다.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죽고 민족이 구제됨이 낫다.” 이리하여 촌장은 죄 없는 범인을 점령군에 인도했다. -- 용서를 빌며

용서할 까닭도 없다며, 마을이 위태로운 건 자기도 원하지 않는다며, 사나이는 순순히 잡혀 갔다. 비명이 온 마을에 들릴 만큼 그는 끔찍한 고문을 받았고, 결국은 사형을 당했다.

이십 년 뒤, 예언자가 촌장 앞에 나타났다.

“이십 년 전 그 때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나 아시오? 하느님이 그 사나이를 이 고장의 구원자로 지명하셨소. 그런데 그분을 당신은 넘겨주어 고문과 죽음을 당하게 한 것이오!”

촌장은 변명했다.

“난들 어쩔 수가 있었겠소? 신부님과 나는 성경을 살펴보았고, 성경에 쓰인 대로 행동했던 것이오.”

예언자:

“그게 실수였소. 성경만 뒤적이고 있을 게 아니라 그분의 눈을 들여다보기도 했어야지요.”

앤소니 드 멜로 저 <종교박람회 속뜻 그윽한 이야기 모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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