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조회 수 1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루카 10,21-24)

- 2015년 12월 1일(대림 제1주간 화요일) 복음

1201하느님 아버지와 아들.jpg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 의정부교구 교하본당 상지종 신부님의 묵상글

1201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jpg

 

서울 도심 한복판 제 각각 뽐내는 커다란 건물들 사이에 시원스레 정갈하게 단장한 ‘광화문 광장’이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함께 모여 맘껏 즐길 수 있기에 말 그대로 ‘너른 마당’입니다.

빌딩숲 쏟아내는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오히려 어두움 깊게 드리워진, 양쪽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소음으로 오히려 깊이 숨죽여 있는 ‘세월호 광장’이 있습니다. 데군데 두른 경찰 차벽으로 모든 이 품는 광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외로운 섬’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참혹한 사건 이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은 이 시대 가장 고통스런 사람들은 품는 세월호 광장이 되었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광장!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이루려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에 묻은 세월호 가족들이 모였습니다.

억울한 희생자들의 넋들을 위로하려고 선한 이들이 멀리에서도 찾아 왔습니다. 평생 씻지 못할 가족들의 피눈물을 애써 닦아 주고자 따뜻한 이들이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해고노동자, 철거민, 농민, 삼척과 밀양, 멀리 제주 강정에서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착한 이웃들까지 지금 가장 고통 받는 이들과 기꺼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광화문 세월호 광장’은 사람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너른 마당’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단지 시간만 흐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외쳤던 그 거센 함성은 어디에 갔을까요?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제 것처럼 받아들이던 그 무수한 선한 양심들은 어디로 흩어졌을까요?

세월호를 완전히 가라앉히려는 치졸한 공작을 서슴지 않는 검은 세력들의 움직임은 더욱 날렵해지고 정교해지는데, 이들에 맞서 진실을 밝혀야 할 정의의 사도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너른 마당’이 점점 ‘외로운 섬’이 되어갑니다. ‘너른 마당’을 가득 채웠던 거룩한 분노의 함성은 흐릿해지지만, ‘외로운 섬’을 떠날 수 없는 벗들의 더욱 처절하고 절실한 정의와 진실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른 마당’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고마웠던 많은 벗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각자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외로운 섬’을 애써 찾는 착한 벗들의 끊이지 않는 연대의 발걸음에 자그마한 힘을 더합니다.

 

‘너른 마당’이 점점 ‘외로운 섬’이 되어갑니다. 헛된 탐욕을 채울 자본과 권력을 쥐고 있는 세월호의 책임자들은 ‘역시 시간이 지나면 돼.’라고 떠들며 비웃고 있겠지요.

이들에게 매수된 노예 같은 사람들, 거짓 언론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사람들, 거짓 언론에 현혹되면서도 스스로 지혜롭고 똑똑하다 여기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제 곧 세월호가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리라 희망의 노래를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저들의 기쁨은 곧 슬픔으로 바뀔 것입니다. 저들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뜻은 결코 제 힘을 과신하며 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억압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뜻은 가진 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편에 서서 떨어지는 떡고물로 구차하게 삶을 연명하면서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허황된 사람들을 통해서 결코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뜻은 오직 선한 것을 선하다 하고, 악한 것을 악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철부지들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선하신 뜻은 어두움을 빛이라 하지 않으며 오직 빛만을 빛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어두움을 몰아내는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외로운 섬’을 지키는 사랑하는 벗님들, 그러니 실망하지 맙시다. 우리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라도 하느님의 선하신 뜻을 드러내는 철부지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철부지 하나를 통해서 열 스물 백을 낳으실 것입니다.

‘외로운 섬’을 결코 외롭지 않도록 보듬는 벗님들, 그러니 재물과 권력을 추구하는 썩은 지혜와 더러운 슬기의 작은 찌꺼기마저 아낌없이 불사릅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서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온 누리에서 들불처럼 타오를 수 있도록 합시다.

 

▣ 첨언

스스로 지혜롭다는 자들과 똑똑하다는 자들은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현존해 있음을 깨달을 능력이 없다. 업신여김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예수님 활동의 뜻을 깊이 깨닫고 당신 활동을 계속 수행해 나갈 수 있다.

참된 복음전달자들은 예수께서 해방자이심을 아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예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이나 똑똑하다는 자들과 무식하다고 멸시 당하는 사람들을 대비시키신다. 지혜롭다는 자들은 종교지도자들인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앞세워 마귀를 섬기고 마귀의 계획에 이바지하는 자들로서 성경을 읽는다고 읽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하느님의 참된 뜻과 계획을 알아듣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이 당신의 계획과 신비를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여주셨음을 감사드린신다.

스스로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자들은 자신과 자기 이익 속에 갇혀서 살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달한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하느님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신다는 사실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가난하고 겸허한 백성은 하느님께 자기네 자신을 열어 드릴 수 있고, 하느님이 자기네 편이고 당신 아들 예수님 안에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사제들과 율법학자들, 즉 종교지도자들과 성경학자들과 신학자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이 부대끼고 있는 삶의 현장이라는 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예수님 안에서 드러난 하느님의 계획과 신비를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롭고 똑똑 하다는 자들이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에 넘치는 새로운 사회와 역사를 건설하는 일에 동참하려면 먼저 하느님의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

 

※ 출처 ⇒ ‘길 위의 신앙 : 하느님의 길- 사람의 길’ 제287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발행)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 예수님의 사도로 산다는 것은 file 아타나시오 2015.12.05 342
120 '현실 안주'와 '현실 변혁' 사이에서 file 아타나시오 2015.12.04 533
119 온 세상으로 가서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시오. file 아타나시오 2015.12.03 323
118 바로 당신입니다 file 아타나시오 2015.12.02 110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file 아타나시오 2015.12.01 136
116 사람 낚는 어부, 사람 낚는 그물 file 아타나시오 2015.11.30 972
115 ‘주님! 왜 오셨어요?’와 ‘주님! 어서 오십시오’ 사이에서 file 아타나시오 2015.11.30 153
114 사람의 아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file 아타나시오 2015.11.28 248
113 그날의 승리에 함께 하리라 file 아타나시오 2015.11.28 282
112 구원을 향한 희망의 신앙 file 아타나시오 2015.11.26 181
111 대한민국 이란? (유머) 구암관리자 2015.11.21 46
110 ‘주님의 기도’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 있나. 구암관리자 2015.11.21 191
109 기도할 때는 구암관리자 2015.11.21 20
108 기도로 무엇이 이루어지나? 구암관리자 2015.11.21 39
107 교만의 종류 구암관리자 2015.11.21 81
106 나는 예수님이 전부인가 송아지 2015.11.21 131
105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file 구자룡 아타나시오 2015.04.05 228
104 세월호의 부활을 기도합니다 file 구자룡 아타나시오 2015.04.04 292
103 침묵의 십자가 앞에서 file 구자룡 아타나시오 2015.04.03 456
102 나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는 사람들 file 구자룡 아타나시오 2015.03.29 332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