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엔 우리 본당에 참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긴 예비신자 교리 교육이 종반으로 넘어 가는 시점 대부모, 대자녀 만남의 날 시간을 가졌다. 강론이 끝나고 신부님께서 대자녀들을 제대 앞으로 불러서 작은 십자 성호를 이마에 그어 주시며 축복을 청하셨다. 그리고는 대부모와 마주 보게 한 후 대부모로 부터의 축복도 함께 청하는 모습에 20여년 전 내가 예비자 교리 교육을 받을 때가 문득 떠올랐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사자 성어가 있다. 원래 민가에서 쓰이던 말이었으나 송나라 때 벽암록이라는 공안에 실리면서 지금은 불가에서 화두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안에서 여린 부리로 알을 쪼는데 이를 쭉쭉빨 줄(啐)이라 하고, 어미가 병아리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병아리가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 행위를 쪼을 탁(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요, 어미 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 주는 스승으로 비유 할 수 있다. 알을 깨는 행위는 안과 밖 동시에 일어나야 하며 스승이 제자를 깨우쳐 주는 것도 이와 같아 제자는 안에서 수양을 통해 쪼아 나오고, 스승은 제자를 잘 살피어 시기가 무르익었을 때 깨우침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예비신자들은 지금껏 세속적인 알 껍질에 둘러싸여 빛과 단절된 어둠의 상태였다. 어찌 보면 삶의 방향, 삶의 질, 여러 의문(가족과 건강 문제, 명예나 물질 문제, 내면의 평화, 상처의 치유 등)에서 제대로 된 대답을 알지 못하고 삶을 살아왔다. 알 껍질은 세상과 영적 삶의 경계선상이고 영적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서져야할 자신이기도 하다. 그 안에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내가 있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다. 어미 닭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시키기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심장의 생명 소리를 들려주듯 생명의 소리인 하느님 말씀을 전해 주며 사랑과 자비의 가슴으로 감싸주는 대부모가 함께 있는 것이다.
지금껏 여정을 함께해온 예비신자들은 교리를 통해 서서히 신앙을 받아들여 알 껍질을 깰 용기를 가져야 하며, 대부모님들은 판단자(judger)가 아니라 학습자(learner)가 되어 유연하게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며,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려주며, 잘 경청하고 필요한 순간에 실행을 하는 그런 대부모가 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 홍보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