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밀림의 못물에 잠겨 느긋이 즐기고 있는데, 생쥐가 못가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코끼리더러 어서 좀 나와 보라고 조른다. “나가기 싫다.” 코끼리는 마냥 태평이다.
“한참 기분 좋은 판인데. 귀찮게 굴지 마라.” “글쎄 당장 나와 보라니까!!” 생쥐는 발을 동동 구른다. “글쎄 왜애?” “나오면 말해 줄게.” “그럼 안 나간다.” 그래도 결국은 코끼리가 지고 만다.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와 생쥐 앞에 서는 것이다. “자, 이제 어디 말해 보라. 뭣 하러 기어이 날 나오랬냐?” “혹시 네가 내 수영 팬티를 입고 있나 해서.”
앤소니 드 멜로 저 <종교박람회 속뜻 그윽한 이야기 모음> 중에서